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기자 = 정보는 조합이 쥐고 있고, 입증책임은 조합원에게 있기에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조합원은 진실 입증 시 어려움이 크다. 민사소송의 기본원칙(변론주의)상 감정평가가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쪽, 즉 조합원이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그 입증에 필요한 자료(감정평가 산출 근거, 개별요인 비교표, 평가조서 등)는 대부분 조합과 감정평가법인이 보유하고 있고, 조합원은 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조합원의 서류 열람·복사 청구권을 보장하고, 조합임원이 15일 이내에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제138조 제1항 제7호)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열람·복사 대상으로 열거된 서류 목록에는 관리처분계획서는 포함되어 있어도, 그 산출의 세부 근거가 되는 개별요인 비교표·감정평가 조서 같은 자료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게다가 판례는 "사업시행자 등이 보관하고 있지 않은 자료는 열람·복사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4. 7. 17. 판결 등 참조), 조합이 세부 산출자료를 별도로 보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조합원의 정보 접근권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
[감정평가 실무기준] 왜 법정에서 힘을 잃는가? 앞서 필장의 6편 칼럼에서 다룬 '현저한 잘못' 기준까지 더해지면, 조합원은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설령 접근하더라도 그 부당성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부족하며, 입증에 성공해도 법원의 높은 존중 기준을 넘어야 하는 삼중의 장벽에 부딪힌다. 이 글은 이러한 장벽을 각각 짚고, 조합원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안내하고자 한다.
1. '진실 입증'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지금까지 6편의 칼럼에서 짚었던 문제들은 현황 기준의 모호성, 용적률(행정적 조건) 반영 소홀, 상대적 가치 비율 검증 주체의 부재, 실무기준의 사법적 통제력 약화 등이었다. 그런데 조합원이 이런 문제를 소송에서 실제로 입증할 수 있는가 반문하면 큰 장벽 세 가지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2. 첫 번째 장벽,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조합원에게 있다.
민사소송은 변론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사실을 증명할 책임(입증책임)을 진다. 감정평가법 제28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이든, 관리처분계획 인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든, "감정평가가 위법·부당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조합원(원고) 측이 입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원칙 자체는 민사·행정소송의 일반적인 구조이므로 특별히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재건축 종전자산 감정평가처럼 극도로 전문적이고, 정보가 특정 주체(조합·감정평가법인)에 편중되어 있는 영역에서, 이 원칙이 사실상 '증명 불가능'에 가까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3. 두 번째 장벽, 정보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조합원의 정보 접근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합임원 등은 조합원이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자료의 열람·복사를 요청하면 15일 이내에 응해야 하고(제124조 제4항),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138조 제1항 제7호). 열람·복사 대상에는 관리처분계획서(제124조 제1항 제5호), 회계감사보고서, 월별 자금 입출금 내역 등이 명시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조합원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자료 즉 감정평가서에 첨부되어야 하는 개별요인 비교표, 지역요인·격차율 산정 근거, 비교표준지 선정 사유 등 세부 평가 조서 등 이런 열거 목록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라는 포괄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세부 산출자료까지 포괄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판례의 태도다. 법원은 "사업시행자 등이 보관하고 있지 않은 자료는 열람·복사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 청구권에 새로 자료를 마련하여 보관·게시할 것을 요구할 권리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4. 7. 17. 판결 등 참조). 즉 조합이 "그 세부 자료는 별도로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하면, 조합원의 정보 접근권은 사실상 막힐 수 있다.
4. 세 번째 장벽, 접근해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설령 감정평가서와 그 첨부 자료를 온전히 확보했다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개별요인 비교표, 격차율 산정식, 비교표준지 선정 논리를 일반 조합원이 스스로 분석해 위법·부당성을 밝혀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동안 살펴본 것처럼, 상승식 산정 구조나 행정적 조건 격차율의 적정성을 판단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감정평가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결국 조합원은 사비를 들여 외부 감정평가 전문가에게 검토를 의뢰해야 하고, 이는 다시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이어진다.
5. 이 세 가지 장벽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결과
이 세 가지 장벽을 순서대로 통과해야 비로소 조합원은 6편 칼럼에서 다룬 '현저한 잘못' 기준까지 넘어설 수 있는 출발선에 설 수 있다. 입증 책임은 조합원에게 있는데 필요한 자료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접근해도 전문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부족하며 그렇게 분석해 제기한 문제를 법원에서 '현저한 잘못'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 네 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 구조에서, 정보와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별 조합원이 실제로 '진실'을 법정에서 입증해 내는 것은 이론상은 가능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매우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일이다.
6. 조합원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
이런 구조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조합원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서면으로 명확하게 열람·복사를 청구하는 것이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에 근거해, 요청 대상 서류를 구체적으로 특정(예: "OO동 OO호 종전자산 감정평가서 및 개별요인 비교 산출 근거 일체")하여 서면으로 청구하고, 15일 이내 회신 여부를 기록해 두어야 한다.
둘째는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이다. 여러 조합원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해 외부 감정평가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셋째는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 타당성조사 활용이다. 개별 신청 통로가 제한적이더라도, 다수의 조합원이 연명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타당성조사의 표본으로 선정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넷째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총회 개최 이전 단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인가 이후보다 총회 상정 전 단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조합의 대응 여지(재검토·보완)를 넓히는 데 유리하다.
7. 개선 방향 제언
첫째 감정평가 세부 산출자료의 정보공개 대상 명문화가 필요하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및 시행령상 열람·복사 대상 서류에 "감정평가 개별요인 비교표 및 산출근거자료"를 명시적으로 포함시켜, 정보공개 여부를 둘러싼 다툼의 소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
둘째 감정평가 세부자료의 보관·작성 의무화가 필요하다. 감정평가법인등이 개별요인 비교표 등 세부 산출자료를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작성·보관하도록 해,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정보공개가 거부되는 사례 자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조합원 대상 공적 사전검토 서비스 마련이 필요하다. 앞선 6편에서 제안한 것처럼, 한국부동산원 등을 통해 조합원이 저비용으로 감정평가 적정성에 대한 사전검토를 받을 수 있는 공적 서비스를 마련해, 사감정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
8. 자주 묻는 질문 Q&A
Q. 조합원이 감정평가서를 볼 권리가 있나요? / A. 있습니다. 도시정비법 제124조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서 등 정비사업 관련 서류의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고, 조합임원 등은 15일 이내에 이에 응해야 합니다.
Q. 감정평가의 세부 산출근거(개별요인 비교표 등)도 볼 수 있나요? / A. 법령상 열거된 서류 목록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어, 다툼의 소지가 있습니다. 조합이 해당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하면 열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Q. 조합이 열람·복사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 A.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조합 임원 등에 대한 형사처벌(벌금 등)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감정평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합원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나요? /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민사소송(변론주의) 및 행정소송의 일반원칙상, 위법·부당성을 주장하는 조합원 측이 이를 입증할 책임을 집니다.
Q. 혼자서 대응하기 부담스러운데, 다른 방법은 없나요? / A.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진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비용을 분담해 외부 감정평가 전문가의 검토를 받거나,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의 감정평가 타당성조사에 연명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9. 맺음말
'진실'은 결코 저절로 드러나지 않는다. 소송에서는 그 진실을 입증할 책임과 능력을 갖춘 쪽이 이긴다. 그런데 재건축 종전자산 감정평가를 둘러싼 분쟁에서는, 정보를 쥔 쪽과 입증책임을 진 쪽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조합원이 정말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그 억울함을 법정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최소한 정보 접근의 장벽만이라도 낮추는 것이 제도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공정성이다.
※ 이 칼럼은 특정 판결이나 특정 감정평가법인의 법적 책임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건축 소송에서 조합원이 겪는 입증·정보접근의 구조적 어려움을 짚어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에 기여하고자 작성되었다.
칼럼제공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회장
